검증되지 않은 커피 맛과 어설픈 흉내만 내는 개인 매장이나, 직영이 아닌 점주 방식의 프랜차이즈 대신
세계 어디서든 균일한 맛과 질을 보장하는 스타벅스를 더 선호했다.
이 지점에서 의문점이 든다. 스타벅스 커피가 내 입맛에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길들여진 걸까?
하워드 슐츠가 의도한대로 커피맛은 점점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익숙한 맛을 기초삼아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과 시간이 더하여 스타벅스라고 하는 완전체가 탄생한 것일 수도..
이제 사람들은 익숙한 맛과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채우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정의하는 스타벅스다.
푸른 하늘과 옅은 구름이 블루보틀 로고와 외관과 묘하게 어울렸다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의 방향성과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블루보틀은 커피 그 자체에 공을 들인다. 핸드드립을 고수하는 것도 그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내리는 행위에 집중을 한다.
스타벅스에서 개인 노트북 혹은 과제에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
커피 한 잔이 가져다 주는 여러 가지 감정을 유발하는데 블루보틀은 신경을 쓴다.
다만.. 정말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블루보틀의 이상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이미 스타벅스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블루보틀을 스타벅스의 새로운 버전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하나의 인증샷을 위한 특별한 장소와 시간 정도로만 생각할 뿐,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커피 그 자체에 대한 이해에 동참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아쉬운 대목이다.
어찌 되었든 나 역시도 서울에 방문한 김에 삼청동에 있는 블루보틀에 들렸다.
싱글 오리진 라떼 한 잔을 들고 북적이는 매장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한 모금 마시면서 베이스가 탄탄한 커피의 묵직함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우유의 부드러움이 균형있게 다가왔다. 한 마디로 맛있다. 깊고 진한 커피가 흐트러지지 않고 전달될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 할 수가 없다.
아쉬운 건 이 모든 맛과 감정이 블루보틀 밖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북적거림과 소란함을 탓하는게 아니다.. 카페가 원래 그런 곳이 아닌가..
그냥 블루보틀이 말하고 싶은 대로 커피를 소비하는 곳이 아닌, 커피를 이해하는 공간이 되면 하는